보험업계 핀테크 ‘대못 규제’ 완화될까



[보험매일=방영석기자] 보험업계가 태블릿PC 등 전자기기를 활용한 전자청약 활성화를 목표로 금융위원회에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을 건의한다.

보험업계는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과 발 맞춰 전자청약을 확대해 왔으나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다를 경우 전자서명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보험업법으로 인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자청약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경우 보험 계약 가입 절차가 대폭 간소화 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나, 보험 당사자의 직접 서명을 규정하는 상법과 충돌할 우려가 있어 실제 적용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 현행 전자청약 활성화 정책…한계 명확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업계와 유관기관이 참여한 ‘보험업법 개정 TF(테스크포스팀)’는 최근 전자청약 등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금융위에 규제완화를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자청약은 보험설계사가 태블릿 PC 등 전자기기를 이용해 상품 설계에서 보험 청약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해당 TF는 업계 의견을 수렴한뒤 금융위에 보험사의 전자청약 과정에서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다를 경우 전자서명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보험업법을 개선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는 전자청약을 통해 소비자의 계약 절차가 단순화 될 뿐 아니라 종이서류 낭비까지 근절할 수 있음에도 불구, 계약 당사자의 직접 서명만을 인정하는 현행 보험업법으로 인해 보험사들이 종이 약관을 활용한 과거 영업 관행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이 같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피보험자가 다수인 단체보험이나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다른 가족 간 보험 상품 등 다수 주력 상품에서 전자청약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 도입 이후 보험업계가 전자기기를 활용한 전자청약을 대폭 확대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신규 계약 대다수는 종이약관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자청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소비자는 본인이 원하는 주계약과 특약을 바로 적용해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고, 보험설계사는 종이서류를 들고 지점을 오고가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며 “본인 인증을 거쳐야 전자서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의 위험도 기존 영업 방식에 비해 적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업계는 과거 금융당국의 현장점검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 왔으나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해 자체적으로 전자청약을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규제가 완화될 경우 설계사의 전자청약은 물론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보험에서도 전자약관의 활용도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상법 위배 시 ‘개정 불가’…실제 도입까지 어려움 많아”
그러나 법조계 등 관련 업계는 이 같은 보험사의 주장에도 보험 당사자의 직접 서명을 강제하는 현행 보험업법이 실제로 변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법의 상위법인 상법이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보험계약은 서면에 의한 동의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보험업법 개정이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현행 상법이 자필 서명을 강제하는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보험사기 및 계획 살인 등 강력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개정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업계의 전자 청약률이 30~40%에 머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생명보험 분야에서 전자청약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편의성 증진 효과도 중요하나 보험계약을 악용한 강력범죄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금융당국이 쉽사리 규제를 완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업법 개정 TF는 금융위 보험과를 중심으로 ▲보험사 인허가‧경영업무‧자산운용 ▲보험상품 ▲모집질서‧소비자보호 ▲감독‧제재‧보험사기 등 크게 4가지 사안에 대한 보험업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보험업법 개정 TF는 17일 실무자 중간 회의를 거쳐 개정 건의한 초안을 확정하고 내달 보험업계를 대상으로 4개 부서별 개정안 초안에 대해 공청회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