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 임단협 타결까지 ‘갈길 멀다’



[보험매일=방영석기자] KB손해보험의 2015년 임금단체협약이 사측과 노조측 이견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KB손보 노조는 향후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KB손보 양종희 사장의 향후 행보에 보험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KB손보 노조, “2월 넘기면 중대 결단”
KB손해보험 노동조합은 지난 29일 임단협 타결을 위해 사측이 조직원의 노고를 무시한 기존 안을 강요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손보 노조는 지난 28일 4차 협상 과정에서 매각과정을 함께 인내한 조합원의 노고를 반영, 올해 임금 인상률 6%와 당기순이익의 3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저금리와 미국지점 손실 등 경영 악화를 이유로 임금 인상률 2%를 제시하고, PS지급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협상 과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과정에서 KB손보가 동종업계에 비해 직원들의 급여 수준이 높은 고임금 사업장이며, KB금융지주에 편입된 만큼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호봉제에서 벗어나 성과위주 연봉제로 임금 체계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이날 노조는 타 손해보험사의 임단협 타결 안을 근거로, 사측이 강요하는 임금 인상률 2%와 PS 미지급 안이 지나치게 노조 측에 불리한 방안이라 강력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KB손보 이전 임단협을 체결했던 현대해상은 총액대비 2% 임금 인상과 상여금 800% 지급을 합의했다. 한화손보와 코리안리 또한 각각 임금을 기본급 대비 3%와 총액대비 3.9% 인상해 KB손보에 비해 임금 인상 범위가 컸다.

앞서 양측은 이전 협상에서도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을 신청했으나 작년 쟁의조정이 최종 결렬돼, 자발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임단협 타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노조는 이번 성명서에서 2월을 2015년 임단협 타결 기한으로 못 박고 사측의 양보를 촉구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였다.

KB손보 노조가 쟁의 결렬로 인해 합법적인 쟁의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이번 협상 과정에서 노조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업 찬반 투표 등의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노조 측은 향후 현재 KB손보 대표이사직을 대리 수행하고 있는 허정수 부사장과의 면담을 요구, 사측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할 계획이다.

KB노조 관계자는 “LIG손보 당시 과거 대주주의 경영 실패로 인해 발생한 미국지점 손실을 제외할 경우 2,700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이 발생한 상황에서 미국지점 손실 책임을 일반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 하다”며 “2월 안에 2015 임단협이 마무리 되지 않을 경우 노조가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음을 사측은 주지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 신임 사장 부임도 안 해…2월 타결 ‘어렵다’
반면 사측은 양종희 사장이 아직 부임하지 않은 허정수 대표이사 대행 체제 아래에서는 임단협 타결을 위한 세부적인 의견 조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 사장은 오는 3월 취임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노조가 명시한 2월내 임단협 타결은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KB손보 관계자는 “신임 사장 취임 일정을 노조측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 등 단체 행동을 위한 찬반 투표를 강행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KB손보 양 사장은 취임 이전부터 1년 넘게 지연되던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빠른 시일 내에 봉합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

KB금융과 KB손보 간 시너지 효과 발생의 핵심이 상호 영업망을 활용한 교차지원인 상황에서 사측과 노조측의 갈등이 격화될 경우 협력효과 또한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양 내정자가 공식 취임 이전부터 부담스러운 짐을 떠안게 됐다”면서 “KB손보의 임단협 갈등은 LIG손보 인수 등 여러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임단협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