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살보험금 논란 몰아붙이기 제동 걸릴까



[보험매일=손성은 기자] 금융감독원의 일방적 우세로 흘러가고 있던 금감원과 생보업계의 자살보험금 갈등 양상에 반전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최근 금감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생보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던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발언을 한 것.

일각에선 자살보험금 논란의 책임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생명보험업계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행보를 보여 온 금감원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임종룡 위원장 “대법원 판결 존중돼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소속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0일 대법원이 교보생명과 보험가입자와의 소송에서 “자살보험금 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돼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과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 지급을 위해 소멸시효 특례를 적용하는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기간 연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다만 임 위원장은 해당 질문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것은 보험사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금감원도 입장이 다르지 않다”며 “소비자 보호 취지에서 공감하지만 이미 형성된 재산권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안이 나오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선 임 위원장의 발언이 최근 자살보험금 완전지급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던 금감원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14개 생보사에 대한 대대적인 행정제재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에서도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의 지급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금감원도 자살보험금 논란의 명백한 원인 제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보험사에게만 전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는 것은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 자살보험금 논란 일방적 우세 뒤집힐까
사실상 자살보험금 논란은 금감원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5년 현 사태의 원인이 된 약관이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생보업계가 수정 여부를 문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당시 이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지고 나서야 ‘소비자보호’ 명목으로 뒤늦게 생보사들은 압박했다는 비판이다.

임 위원장의 발언이 원론에 입각한 것이었다고 하나 생보업계 입장에선 일종의 무기를 얻게 된 셈.

보험업계 관계자는 “임 위원장의 발언만으로 향후 상황을 단정할 수 없지만 대법원 판결에 중량감을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소비자 권익 향상이 우선돼야 하나 일방적인 제재 및 지급 강요보다는 사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