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불법 GA 제재 실효성 의문



[보험매일=임근식기자] GA 불법영업 행위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대리점이 등록 취소되거나 정지처분을 받은 자가 타인 명의로 영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보험업법 개정 법안의 국회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엘자산관리본부, 우회 영업 의심 증폭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소형 GA인 ‘엘자산관리본부’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보험계약자 701명에게 총 2억8,8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특별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엘자산관리본부에 대해 2015년 9월 21일~2016년 3월 18일까지 생명보험 모집 영업정지(180일) 처분과 함께 임원 1명 문책경고, 직원 1명 등록취소, 설계사 8명 생보상품 판매 60일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엘자산관리본부는 금융당국에 불법영업 사실이 적발된 이후, 중징계가 예상되는 시점인 2014년 9월  ‘엘자산운용본부’라는 별도 법인을 신설해 사실상 우회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엘자산관리본부는 금감원의 징계 이전인 2014년말 설계사조직이 60명이었고 2015년 상반기 72명에 이르렀으나 영업정지 발효 상태인 2015년 12월에는 영업조직이 28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엘자산운용본부는 2014년말 영업조직 규모가 7명, 2015년 6월말 기준 6명에 불과했으나 그 해 12월에는 설계사 수가 93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엘자산관리본부가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제재조치에 앞서 엘자산관리본부 소속설계사를 신설 법인인 엘자산관리본부로 이전시켰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 “신설 법인 일부 설계사 이동은 사실”
엘자산운용본부는 설립 이후 실적이 미미했으나 엘자산관리본부 제재 시점인 2015년 9월 신한생명 3억,3,600만원, KDB생명 9,500만원 등 2개 생보사로부터 총 4억3,000만원의 매출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10월 3억4,400만원, 11월 1억9,000원, 12월 2억5,900만원의 위탁판매 실적을 거두었다.

엘자산관리본부는 신한·KDB·농협·메트라이프생명과, 엘자산운용본부는 신한·KDB·동양·삼성생명과 위탁판매 제휴를 맺고 있으나 신한생명과 KDB생명에 매출이 집중돼 있다.

엘자산관리본부 관계자는 “엘자산관리본부는 브리핑 영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대면채널 영업을 구축하기 위해 엘자산운용본부를 설립했다”며 “이는 전략적 차원에서 조직을 이원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엘자산관리본부의 설계사 감소는 금감원 영업정지 제재조치에 따라 영업활동이 제한받을 수밖에 없어 조직이 이탈한 것”이라고 전제한 후 “엘자산관리본부 소속 일부 설계사가 엘자산운용본부로 자리를 옮긴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신설 법인으로의 설계사 이동에 대해 “불법에 가담하지 않은 선의의 설계사를 대상으로 일부 선택적 영입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 보험업법 개정 법안 국회 '대기중'

지난해 엘자산관리본부 매출이 가장 많이 발생한 신한생명 관계자는 “엘자산관리본부가 위법행위가 적발돼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만큼 영업정지가 해제되더라도 위탁제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별도 신설법인인 엘자산운용본부의 경우 적정성 심사를 거쳤지만 합법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제휴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엘자산관리본부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KDB생명 관계자는 “위탁판매 제휴를 맺고 있는 GA가 워낙 많아 관리의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제휴 GA의 불완전판매와 민원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향후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GA업계 관계자는 “불법을 저지른 GA가 금융당국 제재의 허점을 파고들어 이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금융당국이 징계수순을 밟고 있거나 제재를 받은 업체를 일정기간 따로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징계가 예정된 GA가 합병이나 대표자 명의 변경 등 회피수단을 통해 빠져나갈 경우 현재로선 법률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지만 제도 정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퇴출 보험대리점의 우회진출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보험대리점이 등록 취소되거나 정지처분을 받은 자가 타인 명의로 영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보험업법 개정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이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